1965년 3월 18일 8시 30분, 보스호트 2호의 우주비행사인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우주선을 열자 강한 태양빛과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보였다.
레오노프는 몸을 천천히 움직여 우주공간에 나갔다.
인류 최초의 우주유영이 시작된 것이다.
잠시 뒤인 8시 34분 51초, 우주선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레오노프는 안전한 우주복을 입고, 탯줄과 비슷하게 생긴 생명줄을 달고 있었다.
생명줄은 우주인과 우주선을 연결해주는 안전장치의 일종이다.
이 줄 덕분에 우주인은 우주공간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다가 우주선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1984년 2월 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승무원인 브루스 맥캔들리스와 로버트 스튜어트는 생명줄 없이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이들은 우주선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까지 나아갔고, 10분 정도 우주공간에서 머물렀다.
생명줄 없이 우주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들이 생명줄 없이 우주유영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우주인과 우주왕복선은 같은 궤도에서 같은 속도로 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에 따라 질량이 있는 물체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없을 때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위로 던진 동전은 동전을 던졌던 사람의 손에 되돌아오게 된다.
버스는 이미 동전을 던졌던 위치를 떠났으니, 동전은 버스가 이동한 거리만큼 뒤에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동전은 버스가 이동한 거리만큼 함께 이동하게 된다.
동전에는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아 버스의 속도와 같이 운동하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떠난 우주인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주인에게는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선과 같은 속도로 같은 궤도를 돌게 되는 것.
따라서 우주인이 생명줄 없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도 우주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우주인이 우주유영을 할 때 메고 나가는 ‘추진형 비행장치’에 있다.
맥캔들리스가 이용한 배낭 모양의 비행장치(MMU)는 질소 분사 추진체가 달려서 우주인이 우주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덕분에 우주인들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했다가 우주선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주인은 한 단계 발전한 자유유영 비행장치인 ‘세이퍼’를 사용한다.
이 장치는 MMU보다 가볍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MMU나 세이퍼 같은 장치들이 있어 우주인들은 우주 미아가 되지 않고 우주유영을 떠날 수 있다.
미국은 1994년부터 우주인들이 우주유영할 때 세이퍼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은 2008년 9월 27일 자국 최초의 우주유영에서 생명줄을 이용했다.
이처럼 각국은 자신들의 우주기술 수준에 맞는 우주유영 안전장치를 골라서 사용하고 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