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못지않은 튼튼함, 블랙박스

항공 사고가 날 때마다 가장 먼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는 대상이 있다.

바로 블랙박스다.

비행기 몸통이 산산조각 난 참혹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사고 당시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블랙박스는 기본적으로 슈퍼맨 못지않은 몸을 갖고 있다.

땅에 부딪히는 순간인 0.0065초 동안 자기 무게의 3400배를 견디고, 1100°C의 고온에서 30분간 버틸 수 있는 특수재질로 만들어졌다.

자체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있어 6000m의 바닷속에서 30일을 보내도 끄떡없다.

이렇게 튼튼한 블랙박스지만, 미국 연방항공국(FAA)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블랙박스를 둘로 나눠 비행기 앞뒤로 분산해 설치하라는 규정이 있다.

‘계란은 한 광주리에 담자 마라’는 말처럼 사고로 블랙박스의 자료를 전부 잃어버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행기 앞쪽 조종석에는 블랙박스 가운데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가 실린다.

CVR은 가로 12.4cm, 세로 19.3cm, 높이 32cm 크기의 직육면체 상자에 들어있다.

조종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기장, 부기장, 항법사, 소음)를 각각 4개의 채널로 나눠 저장한다.

각 채널을 구분하는 이유는 사고 뒤 소리를 복원할 때 누구의 음성인지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블랙박스는 대개 자기 테이프에 30분 분량의 조종실 소리를 녹음했다.

30분이 지나면 먼저 녹음한 앞부분을 지우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전원공급이 끊기기 때문에 자동으로 사고 전 30분의 음성만 기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기 테이프 대신 메모리칩을 이용해 최대 3시간 동안 녹음하는 블랙박스도 많이 사용된다.

메모리칩은 더 많은 자료를 저장할 수 있고, 자기 테이프보다 충격에도 잘 견딘다.

FAA는 지난 2005년 2월 메모리칩에 음성자료를 저장하는 블랙박스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법안을 제출했고, 현재 미국에서는 70%가 넘는 항공기가 메모리칩 블랙박스를 사용 중이다.

비행기의 꼬리부분에는 블랙박스의 다른 한 부분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가 보관된다.

비행기의 모든 운항 기록은 에이즈(AIDS, Aircraft Integrated Data System)라는 항공통합자료시스템으로 관리하는데, FDR은 모든 자료 중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저장한다.

예를 들면 엔진이 과열된 정도와 시간, 조종사가 랜딩기어를 내린 시간, 뒷날개 꼬리 각도, 자동 장치 운항 여부 등이다.

FDR은 디지털 방식의 테이프를 사용하며 25시간 동안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CVR과 마찬가지로 저장 가능 시간이 지나면 앞부분의 내용을 지우고 새로운 내용을 저장한다.

대개 가로 12.4cm, 세로 19.3cm, 높이 49.8cm의 직육면체 상자에 담겨 있다.

블랙박스는 비행기가 바다나 호수에 빠지거나 사고 당시 충격으로 현장에서 멀리 날아가도 찾을 수 있다.

자동으로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호수나 바다에 떨어진 블랙박스는 저주파를 발산한다.

주파수 발신 장치는 블랙박스의 손잡이 옆에 붙어 있다.

이 장치에 물이 접촉하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주파수탐지기로 찾을 수 있는 진동수 37.5kHz의 전파를 내보낸다.

육지에 떨어져도 걱정 없다.

블랙박스의 색깔은 검정색(블랙)이 아니라 형광을 입힌 주황색이나 노란색이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띈다.

실제로 블랙박스를 찾지 못한 항공 사고는 2001년 911 테러의 사고를 제외하면 3건에 불과하다.

사고의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블랙박스이기에 배나 우주선에도 설치된다.

1986년 발사한지 73초 만에 하늘에서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도 블랙박스가 있었다.

사고 뒤 수습한 블랙박스에는 발사 전 챌린저호에 탄 우주인과 관제소 사이의 대화와 농담을 비롯해 발사 뒤의 환호성이 기록됐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도 있다.

이 블랙박스는 사고 전 5분 동안 일어난 일을 컴퓨터 메모리칩에 저장한다.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차의 속도와 브레이크 압력, 앞바퀴 각도, 전조등 작동 여부를 주로 기록한다.

또 운전자의 상태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자가 졸거나 전화 통화를 했는지도 감시한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도 충격에 잘 견디고 불에 잘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그래도 충격을 덜 받게 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운전석 아래에 설치한다.

비행기 사고, 우주선 사고, 자동차 사고 등 어떤 사고든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

영화를 보면 악당이 사건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알고 있는 목격자를 해치우려는 장면이 많은데, 슈퍼맨만큼 강한 블랙박스는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

슈퍼 크루즈 비행의 원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F-35 전투기나 F-22 전투기 관련 기사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슈퍼크루즈 비행가능 이라는 것이다.

슈퍼크루즈 비행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보통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는 전투기는 평상시에는 음속 이하의 속도로 비행하다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려면 애프터 버너라는 과정을 거쳐 음속을 돌파하게 된다.

애프터 버너는 제트엔진을 통해 연소된 배기가스에 다시 한번 더 연료를 투입하여 폭발적인 가속력을 얻는 과정으로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는 대신 연료 소모량이 매우 큰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슈퍼크루즈 비행은 별도의 애프터 버너 없이도 음속 이하의 속도에서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으로 이를 통해 슈퍼크루즈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는 많은 양의 연료소비 없이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현재 슈퍼크루즈 비행을 할 수 있는 전투기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F-22의 경우, 마하 1.58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강력하고 효율이 좋은 제트엔진과 바람의 저항을 덜 받도록 제작된 기체 디자인에 그 비밀이 있다.

F-22 랩터는 현존하는 제트 엔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프랫 앤 휘트니 F119(F119-PW-100) 엔진 2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엔진은 동일 추력 기준으로는 기존 엔진보다 40% 정도 작으며, 동일 크기 기준으로는 기존 엔진보다 22% 더 강력한 추력을 낼 수 있다.

즉, 작지만 효율이 높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F-22의 외부 무장은 모두 내부에 장착되어 있어 기체의 공기저항을 최소로 하기 때문에 순수한 엔진 출력만으로도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