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 4

푸른 나무 4

김용택

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푸른 나무 3

푸른 나무 3

김용택

나무야 푸른 나무야

나는 날마다

너의 그늘 아래를 두 번씩 지난다

해가 뜰 때 한 번

그 해가 질 때 한 번

걷다가 더울 때 나는 너의 뿌리에 앉아

너의 서늘한 피로 땀이 식고

눈보라칠 때 네 몸에

내 몸을 다 숨기고

네 더운 피로 내 몸을 덥히며

눈보라를 피했다

나무야

잎 하나 없는 잔가지 그림자만

맨땅에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겐 푸르른 나무야

내가 서러울 때

나도 너처럼 찬바람 가득한

빈 들판으로 다리를 뻗고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다

목놓아 운 적도 있었단다 나무야

푸른 나무야

우리 마을이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끝나듯이

내 삶의 기쁨도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이루어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푸르른 나무야